한달 쉬어가면서 반착검사를 하기로했다. 반착검사는 혈액검사랑 자궁경수술, 2가지가 진행된다.
1. 혈액검사 : 혈전성향, nk세포수치(면역관련), 엽산대사
2. 자궁경수술 : 자궁경을 통해 유착, 근종 여부확인, 폴립(용종) 제거 등
혈액검사 결과 (검사비 약29만원)
혈액검사야 피만뽑으면 되는거라 크게 걱정할거리가 없었다. 반착검사를 하기로 한날 피를 미리 뽑아뒀기때문에 결과는 수술이 끝나고 나서(약2주뒤) 들을 수 있었다.
혈전성향과 관련하여 수개의 항목이 조사되었는데, 다 문제가 없다고하셨다.
그러나, nk세포 수치는 17이 나왔는데 정상수치가 12라 높은편이란다. 면역력이 너무 강해서 내 배아를 외부 항원으로 인식해서 방어작용을 하기 때문에 임신이 안된것일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음번 이식때는 면역글로불린 주사를 처방해서 면역력을 낮춰보기로했다.
또 다른 문제는 엽산대사 문제이다. 내 검사결과는 CT가 나왔는데, CC가 나와야 좋다고한다. 나는 엽산을 100섭취해도 65%정도만 흡수할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정상수치만큼 약을 챙겨먹어도 모자라단 소리다. 그래도 65% 흡수를 하긴 하니, 엽산을 기존보다 두배로 먹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일단 엽산주사로 엽산수치를 올려놓고, 약을 2배복용하면서 유지해 가는걸로 했다.
자궁경수술 결과, 폴립제거 (수술비 약25만원)
정말 떨렸던 것은 자궁경 수술이다. 뭐 수면마취하고 위내시경하는 거랑 똑같이 생각하면 된다고하는데, 그래도 겁났다. 난 작년에 처음으로 위내시경 할때도 엄청 떨렸고, 수면마취로 몽롱한상태가 썩 기분좋진않았다. 내몸을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느낌.
아무튼, 용종만 있으면 다행이지만, 유착이나 근종이 있으면 임신에 영향이 있을지 몰라서 해야만한다고 생각했다.
수술전에 심전도, 흉부xray검사를 해야했는데, 하필 내 수술예약일 전날 담당선생님이 상을 당하셔서ㅜㅜ 급하게 다른병원에서 검사를 해와야했다. 출근해서 근처 병원으로 수소문해보았지만 검사가 가능한 병원이 잘 없었다.
건강검진 전문병원에서 두가지를 할수있어서 문의해보았지만, 검사결과가 나오는데 5일정도 소요된다고해서 할 수가없었다. 다른 병원에서도 심전도만 하거나 흉부xray만 가능하다 해서 정말 멘붕이었다. 거기다 코로나 검사를 일반병원에서도 해주고있었기때문에 어느병원이든 다 정신없었고, 대기가 길다는 이야기가 뒤따랐다.
겨우겨우 회사에서 좀 떨어진 병원에 택시타고 가서 검사를 마칠 수 있었다. 결과는 허무하게 A4용지에 달랑 한줄소견이다였다... 심전도, 흉부xray 이상없음..ㅋㅋ
사전검사를 마치고 수술준비를 하면서 이래저래 후기를 찾아봤을때, 수술자체는 자고일어나면 끝나있고 생리통정도의 통증만 있다고해서 조금 안심했는데, 수술당일 새벽에 먹는 약이 예상외로 극악의 고통을 준다는 말이 있어서 걱정이었다.
싸이토텍이라는 약인데, 검색해보면 위, 십이지장 궤양 치료약으로 나온다. 근데 그외의 증상으로 자궁이 수축될수 있어서, 임산부에게는 절대 투약하면 안되는 것으로 나와 있었다. 그러니까 난 자궁경을 위해 자궁내부를 최대한 비우고 내벽알 얇게 만들수록 좋은데, 그런것때문에 싸이토텍을 먹는건가 싶었다. 새벽6시에 떨리는 맘으로 약을 먹었는데 스멀스멀 생리통 기운이 느껴져서 불안했다. 그런데 의외로 통증이 거기서 멈추고 그이상 길어지지않았다. 병원까지 끙끙대면서 갈줄알았는데 너무 멀쩡하게 병원에 가게 되어 맘이 좀 편했다.
수술실에서 9시20분까지 오라고했지만, 간호사쌤이 8시쯤에 오라고하셔서 일찍병원에 도착했다. 수면마취를 위해 미리 호르몬검사도 한번더 하고, 수술실 대기침대에서 누워 링겔(하트만액)을 맞기 시작했다.
그러고 금방 수술할줄알았는데, 11시30분까지 계속 대기했다. 중간에 깜빡 잠도 들었다. 누워서 내 앞사람들이 수술하는 과정을 들었는데, 10~15분이면 끝나고 나오는 것이다. 2시간을 기다리고 이렇게 금방끝나다니, 참 허무했다. 뭐 길면 또 긴대로 겁났을거지만 짧으니 짧은대로 허무하게 느껴졌다.
나도 수술방으로 들어가서 진료의자보다도 더 크고 굴욕적인 의자에 자세를 잡았다. 아래쪽에서 뭔가 부시럭부시럭 뭘 붙이고, 의사선생님이 금방끝날꺼에요~ 하고나서는 기억이 없다. 눈을떠보니 다시 처음에 대기했던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러고 좀 있다보니 선생님이 오셔서 잘끝났다고 인사하고 가셨고, 또 잠이들었다. 한참뒤 1시반이 되어서야 눈이 떠졌는데 언제 주사를 맞은건지 엉덩이도 멍이 들어있고 배도 살짝 묵직하고 찌르르한 통증이 느껴졌다.
생각보다 정말로 아무렇지 않아서 신기했다. 수술하고 4일뒤 병원에 다시 소독하러가서 결과를 들었다. 내 자궁내부는 처음보는데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다르게 매끈했다. 그리고 나팔관으로 이어진 구멍도 선명하게 잘 보여서 신기했다. 자궁내에 하얗게 뭉쳐져보이는 폴립(용종)이 3개가 있었는데 선생님이 잘라내셨다고 한다. 아주 깔끔해진 애프터 사진을 보니 맘에들었다. 이제 배아가 잘 착상할 수 있을 거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상이 아니라 이상이 있어서 다행인 기분
계속 임신에 실패하고, 인공수정도 시험관도 실패하는데 원인을 알 수 없어 답답했다. 그래서 그런지 검사했을때 정상이 아니라 이상이 있어서 다행인 기분이 들었다. 이거라도 탓해볼 수 있어서, 그리고 이거라도 노력해서 바꾸면 임신이 될거같은 희망이 생겨서 이다. 참 희망고문같은 검사인거같다. 뭔가 임신에 치명적일 것 같지는 않은데, 영향이 없지는 않기 때문에 신경을 쓸수밖에 없게 만든다.
실제 후기들을 보면, nk수치가 높아도, 엽산대사 이런거 몰라도 될 사람은 임신 잘 만되는것 같다.
나는 두번째 시험관 실패했을때 반착검사 제안을 받았지만, 어차피 처방을 받을 수 없기도하고, 한달을 또 쉬어가는게 시간낭비 같아서 세번째 시험관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또 실패해서 이번에는 검사를 받아보기로 한것이다. 검사를 받아보고나니 생각이 좀 바뀌었다. 처방을 받지 못하더라도, 난임치료 시작전에 기본검사할때 같이 받아봤더라면 더 좋았을것 같다. 일찍 알았다면 앞전의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이식때도 콩주사라도 맞고, 엽산도 스스로 두배로 먹고 노력해봤을텐데, 아쉬운 마음이 생긴다.
또 시술하기전에 반착검사는 비급여 항목이라, 비용이 많이 들꺼라고 했던것도 좀 고민하게 만들었던 원인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알아봤을때, 검사비용이 80만원정도 들었다는 글을 보았다. 덜컥 80만원이라니.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자궁경수술같은 경우, 용종을 제거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보험 실비청구가 가능해서 비용부담을 덜 수 있다는 사실도 접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좀 편한마음으로 검사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수술비용이 검색해서 알아본것보다 더 낮게나와서 의아했다. 진료내역서는 두장이 넘어갔지만, 수술비용은 25만원이었다. 난 다행히 실비도 지원받을 수 있었고, 또 다른 건강보험에 가입된게 있어서 100만원정도 더 지원받을 수 있었다. 비용이 부담이었는데 오히려 더 돈을 받게 된 격이다. 가입된 건강 보험이 있다면 정말 고민없이 먼저 검사받아보길 추천한다.
난 이제 다음 생리시작일에 내원해서 시험관 4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때까지 엽산도 챙기고 몸관리하면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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